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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서는 안 되는 사람

익명
댓글 6 조회수 1983 공감수 4

결혼을 앞두고 보니 잊을 수 없는 사람은 외모가 뛰어나거나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제 모습 그대로 사랑해주던 사람인 것 같습니다.

직업, 학력, 능력을 떠나서 나를 좋아해서, 나라는 ‘사람’을 좋아해서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으세요? 저는 운이 좋으면 한두 번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아니면 평생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운이 좋았던지 대학교 때 그런 연애를 한 번 해봤습니다. 그 전에는 항상 제가 을인 연애를 해서 자존감도 떨어지고 맞춰주는 연애에 제 감정도 전혀 안정적이지 못했죠. 그런데 어디선가 나타난 친구가 자꾸 제 주변을 기웃거렸습니다. 동글동글한 눈에 귀여운 웃음이 계속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확신은 없었지만 한 번 만나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었죠. 만나보니 안정적인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친구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밝고 낙천적인 성격에 화내는 일도 없고 모두에게 친절했어요. 그냥 착했죠. 이 친구는 제가 받지 못한 엄청난 사랑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제가 가장 바닥에 있을 때였는데 칭찬도 많이 해주고 그냥 제 옆에서 괜찮다고 위로를 많이 해줬어요. 그 친구 덕분에 외모 콤플렉스도 많이 극복했고 무엇보다도 그 친구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저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쳤죠. 반년쯤 됐을 때는 좋아보인다, 행복해 보인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어요.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사랑받는 연애의 진짜 좋은 점은 안정감인 것 같아요. 이 세상에 한 사람은 내가 뭘 해도 내 곁에 있을 거라는 안정감, 힘든 일이 있더라도 그 사람은 내 편이라는 그런 믿음. 저는 힘든 일이 있을 때 마다 그 친구에게 달려가서 위로 받았거든요. 저희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다시 재혼하셨는데 그런 가정환경이 저에게 알게 모르게 안 좋은 영향을 끼쳤겠죠. 그 이야기를 했을 때 그 친구는 수고했다고 말해줬어요. 나랑 이제 행복하자고. 그 말은 오랫동안 저를 울게 했어요. 저한테 새로운 집 같은 존재였어요. 저보다 더 어렸지만 엄마한테 달려가는 어린 아이처럼 항상 그 친구를 찾았어요.

결론을 말하자면 헤어졌어요. 그 소중함을 모르고 잘 못해줬거든요. 그 친구는 자기는 이 관계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대요. 몇 번 말을 했지만 저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고 결국 커지고 커져서 이별이 된거죠. 여기서 웃긴건 제가 헤어질 당시에도 정신을 못차리고 자존심이 상해서 붙잡지도 않았다는 거예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내가 뭘 잃어버렸는지 몰랐죠.

심장이 내려 앉은 건 그 친구가 새로운 연애를 하면서에요. 나를 너무 사랑했던 사람이니까 그 친구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전 까지도 내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른 남자와 찍은 프로필 사진을 보는 순간 후회가 밀려옵니다. 이제 정말 끝이라는게 실감이 나요. 겪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때가 고통 시작입니다. 이후 저도 새로운 사람을 찾아서 연애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요. 사랑받는 연애를 한 후에는 기준이 완전히 바뀌어버리더라고요. 내가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은 나머지 이제 적당한 양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요. 그 친구랑 만날때는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왜 이것밖에 안해주지? 나를 사랑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또 그 친구가 한 노력들이 이제서야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항상 나에게 뭘 하고 싶은지 먼저 물어보고, 뭘 먹고 싶은지, 어디에 가고 싶은지 물어봤어요. 근데 저는 그 친구에게 그런 사람이었는지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그 친구가 바란 건 엄청난 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더 자주 표현해주고 더 예뻐해주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그 친구의 입장이 되는 연애를 해보니까 이제 보이는 거예요. 멍청하죠. 이제와서.

나이가 들고 결혼을 생각하면 연애와는 전혀 다른 고려점들이 생깁니다. 저는 그 친구 이후 짧은 연애를 몇 번 더 했지만 결혼을 하고 제 아이를 키운다면 무조건 그 친구 같은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혹시 자식을 낳게 된다면 저처럼 그늘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듬뿍 받은 그 친구처럼 키우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그 친구와 산다면 그냥 행복할 것 같았어요. 직장생활에 지치더라도 집에 오면 다시 에너지가 채워지는 그런거있잖아요. 평생을 함께해도 괜찮을 것 같은 사람.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나이가 들수록 나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정말 힘듭니다. 아니면 제가 이미 그 친구를 마음속에 너무 깊이 담아두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결국 저는 그녀가 헤어지길 기다렸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그녀가 헤어졌을 때 제 솔직한 생각과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서 편지를 썼습니다. 제가 그 동안 어떤 생각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고 바뀔 것인지. 왜 내가 그 친구를 만나야만 하는지 소중하게 생각하는 지 모조리 다 적었습니다. 총 7장이었어요. 그 친구에게 잠깐만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해 편지만 전달하고 저는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달 말에 그 친구와 결혼합니다. 아직도 꿈만 같고 감사해요. 그 친구와 어제 영화 한 편을 봤는데 그런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주인공이 운명은 따로 있는거라고.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 아버지는 인연을 붙잡아야 운명이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 이야기네 하면서 그 친구와 웃고 넘어갔지만 정말 그래요. 저는 이 사람을 놓쳤으면 어떻게 살고 있을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아직도 후회하고 있겠죠. 혹시 본인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여기지 말고 항상 고맙다고 표현하고 받는 것 보다 더 큰 사랑을 주세요. 혹시 놓친 사람이라면 그 인연을 한 번쯤 다시 잡아보는 것도 밑져야 본전 아닌가요? 다들 사랑받는 예쁜 연애하세요! 저는 장가갑니다!

https://www.facebook.com/koreabamboo/posts/1231149253755052

2020-05-16 15:42
코멘트
내멋에 사는 중등교사 4년전
2 0 댓글
넘길어요 글이ㅠㅠ 좀있다읽어야겄다
키큰 중등교사 4년전
1 0 댓글
꼭읽어보세요 감동이에요
190cm 보험판매원 4년전
1 0 댓글
오 후회글인 줄 알았는데 자랑글이네 ㅎㅎㅎ 행쇼
키큰 중등교사 4년전
1 0 댓글
우와 안타깝네요. 생각했는데 반전 ㅋㅋ
축하해요 좋겠다 ㅋㅋ
케니님.. 4년전
0 0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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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w 4년전
0 0 댓글
넘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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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5 4년전

추천수 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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