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블루투스 이어폰때문에 0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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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드라이브를 하러 나갔다. 남편도 나도 너무나 바빴고,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나는 야근의 연속, 남편은 출장의 연속이었다. 결혼을 한 지 그렇게 오래 된 것도 아니었는데 신혼 때 이후로 한 반도 서로 맞지 않았던 주말. 웬일로 둘다 여유가 생겨 드라이브를 가기로 했다.

카페인으로 버티며 밤을 새며 퀭해진 얼굴이지만 기분이 좋으니, 화장을 조금 하니, 여유가 생겨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니 그래도 밝아 보였다.

마을을 벗어나 바닷가 도로를 달렸다. 중간에 남편이 음료수를 사 오겠다며 차를 세우고 바로 옆 카페에 들어갔다.

그동안 나는 남편의 차를 구경했다. 낯선 물건들이 꽤 있었다.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지만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 바닐라향의 차량용 디퓨저, 뒷자석에 걸린 옷과서류가방, 그리고 운전석에는 블루투스 이아폰이 걸려 있었다. 운전 중에 전화를 받는 데 쓰는 것 같았다. 내가 손으로 만지니 빨간 불빛이 반짝였고, 나는 내 휴대폰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연결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장난치려고 이어폰을 귀에 걸었다. 놀랍게도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미 통화중이었던 것이다. '타이밍...'

이렇게 생각하려는 찰나 이상함을 느꼈다. 여자 목소리에 들리는 첫 마디부터 팔에 쫙 돋는 소름...

"뭐야 부인이랑 같이 있어?"

"어 오늘은 그냥 집에 있다가 드라이브. 너무 주말에 나가있으면 의심받잖아."

"보고싶은데... 언제 만날거야"

"자기야 우리 금요일에도 같이있었는데?ㅎㅎㅎ 욕심 이렇게 부릴거야?"

"나 월요일 바쁜데, 그럼 화요일 밤은 꼭이야!! 무르기 없기~"

"이그ㅎㅎㅎ알겠어 나중에 되면 연락할게 사랑해 자기"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금요일은 남편이 부산으로 출장을 가야 한다고, 밤새 일해야 한다길래, 수고한다고, 동료랑 같이 먹으라고 커피 두 잔과 케이크 기프티콘을 보내 준 날이었다.....

통화가 끊어지고 그제서야 나는 고개를 들어 유리창 밖을 내다보았다. 휴대폰을 내려다보는 뒤통수, 그리고 주문한 음료가 나온 것 같았다. 남편이 고개를 돌렸고, 흠칫 놀라 나는 이어폰을 귀에서 빼버렸다. 투명한 스프링 줄에 까만 이어폰 한짝이 매달려 흔들리고 있었다. 잡아뜯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참고는 남편이 건네는 라떼를 받아들었다.

2020-07-04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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