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나는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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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밤마다 아쉬운 이별을 하지 않아도 되고,

한 집에서 삼시세끼를 같이 먹고,
떨어지기 아쉬워 매만지던 몸이 떨어질 일도 없을테니
당연히 행복할 줄 알았다.
사랑이 더 깊어지고 커질거라 믿었다.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결혼하지 말라던 주위 사람들, 불행하다는 기혼자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며 콧방귀 껴줬다.

헌데, 우린 달라 라고 믿었던 그 착각마저
다른 사람들과 같았다.

결혼하는 순간, 나의 큰 착각이란걸 깨닳았다.


다정했던 사람이 날카로워졌다.
내가 토라지면 옆에 붙어 어쩔 줄 몰라하던 사람이
지금은 되려 더 신경질을 부린다.

우리 사이에 감정의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나를 앉혀놓고 이야기로 풀려했던 사람이
지금은 내가 얘기 좀 하자 해도
일주일, 열흘, 입을 꾹 다물고 있는다.

내 손을 놓으면 깨지는 줄 알았던 사람인데,
지금은 손 끝 하나 스칠라치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부드럽게 운전하며 내 손을 꼭 잡고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드라이브를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지금은 난폭한 운전에 서로 창밖만 보니
같은 차에 나란히 앉아있는게 힘들다.

집에 들어가면 각자의 보금자리에 찾아 들어가는 것처럼
나는 안방, 그 사람은 거실.

각방 쓰거나 떨어져 자는걸 세상에서 싫어한다던 사람인데
지금 거실엔 당연히 이부자리가 자리잡고 있다.



연애 때, 뜻뜨미지근한 휴대폰을 바꿔 잡으며
끊기가 아쉬워 잘자, 인사하던 목소리가 그립다.

내 가방이 뭐 그리 무겁다고
잠시도 못 들게 하던 그의 모습이 그립다.

내가 울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던 그 사람이 그립다.

이런 점은 바뀌어 주세요, 하니
어디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냐하던 사람이
연애 때 나를 사랑해준 그 감정은
너무 쉽게 바뀌어 식어버렸더라.


한번씩 나를 쳐다보는 그 매서운 눈이 머리에 박혀 잊혀지지 않는다.
운전 험하게 하면 멀미가 심해지니 그러지 말아달라 몇번 부탁했는데도
금방의 출근길 역시 힘들었다.
나와 있을 땐 적어도 꼭 필요한 일 아니면 휴대폰 보지말자고 했는데
여전히 그의 손과 눈은 휴대폰에 꽂혀있다.

내 하루 일과가 궁금해서 수백통씩 날리던 문자도,
내 목소리가 듣고싶어 잠시 이동하는 순간에도 걸었던 전화도,
이제는 용건이 있어도 잘 하지 않는다.

더이상 나에 대해 궁금해해지도, 내 감정을 신경 써주지도 않는다.

그래, 당신 말마따나 사람이 한결같을 순 없고
당연하겠지만 변하는것도 당연하다.

그치만,
나는 왜 결혼한지 1년도 되지않은 이 시간에
변한 당신때문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해야 하는지.

나에게 다정했던 당신을 그리워하고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에 비참해져야 하는지.

왜 이렇게나 짧은 시간 동안에
변해버린 것들을 감당하고 살아야하는지.


당장 억만금을 달라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물 한방울 안 묻히게 여왕대우를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예전처럼 나를 사랑해달라는건데,
세상에서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듯 받아들이는 당신때문에
나는 그냥 포기하고 만다.


나를 보며 사랑한다 말하던 그 목소리가 그립다.
보고싶다며 말 끝을 흐리던 목소리가 그립다.
부드럽게 내 뺨을, 손등을, 머리칼을 만져주던 손길이 그립다.
찬바람 불던 날, 내 앞에 와 옷깃을 여며주던 것도,
맛난것을 먹으면 내 입에 먼저 넣어주던 것도,
추우면 외투를 벗어주던,
먼저 내려 조수석 차 문을 열어주던..

먹는 속도가 느려 먼저 식사를 다 하고 나를 보며 웃던 그 모습이 그리운데
오늘도 먼저 일어나버리고 비어져버린 앞자리를 보며
나는 외로운 식사를 마쳐야했다.


결혼은 참 무서운거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는데
그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게 되는게 결혼이었다.

2020-07-08 14:35
코멘트
익명 4년전
0 0 댓글
기대가크면 실망이큰법~포기하지말고 기대를 하지않는 방법을 찾아보게요..결혼다그런거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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