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의 애인
25년차 주부입니다. 서른에 선봐서 결혼했는데, 남편은 얌전하고 정갈한 사람이고 저도 요란한 성격은 아니라서 결혼 생활도 크게 문제가 없었어요. 지금까지는요.
이제 애들도 다 성인이고 타지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우리끼리 즐기면서 살면 되겠다 했는데 남편이 어느 날 술먹고 들어와서 울면서 저한테 비는거에요. 이제는 자기 마음대로 살고 싶다고, 애원하더라구요.
이 사람이 지금까지 술먹고 실수한 번 한적이 없어서, 신기했네요.
얘기를 들어보니 남편한테 대학시절부터 만나던 애인이 있었대요. 지금은 돌아가신 저희 시부모님의 반대로 결혼은 저랑 했고, 정말 그 사람을 잊고 살려고 했고 그래왔는데 5년 전 모임의 지인을 통해 우연히 연락이 닿았고 지금까지 만나왔더랍니다.
애들 결혼도 시켜야하니 이혼하고 싶은 건 아니고, 남편의 애인도 결혼을 바라지는 않는대요. 그냥 그 사람 만나는 걸 이해를 해달래요. 부모님은 반대하셨지만, 자기 인생의 절반 가까이 살아온 "저"만큼은 자기를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지금처럼 남편으로서의 몫은 다 하겠다네요.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니 말을 못해요. 제가 아는 사람인가 추궁하면서 배신감도 든다고 내가 당신을 이해하길 바라면 당신도 아무것도 숨기지 말라고 그래 말하니, 남편이 시간을 좀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어제 술 한잔 하자고, 술을 연거푸 마시더니 속을 털어놓더랍니다. 남편의 애인을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 부모님이 왜 반대했는지, 그리고 제 남편이 양성애자라는 사실과 남편의 애인은 스무살에 군대에서 만난 동기라는 것도요.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숨기고 살았을까 싶어요.
제 남편은 제게 참 이상적인 남편이었는데, 애들 다 키우고 난 말년에 이렇게 저를 힘들게 하네요.